2021. 2. 4. 22:42ㆍ카테고리 없음
아역배우 출신의 승마선수 김석을 아시나요? 마음 여린 그가 학대받는 말을 보고 한 말..
김석(30) 현재 승마를 가르치는 국가대표 출신으로 그는 단순한 승마인이 아니다. 바로 아역 배우 출신, 그것도 영화 주인공을 맡았던 연기자 출신의 승마선수였다.
1997년 영화 ‘넘버3’로 데뷔 후 2004년 <아홉살인생>에서 동갑내기 이세영 과 함께 주인공 백여민 역을 맡아 ‘리틀 권상우’로 호평을 받았고, 드라마 선덕여왕, 주몽, 궁, 서동요 등 그가 출연한 작품을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선덕여왕(09), 주몽(06~07), 궁(06), 서울1945(06), 서동요(05~06), 장길산(04), 영화-우리 형(04), 아홉 살 인생(04), 선생 김봉두(03), 도둑맞곤 못살아(02), 킬리만자로(00), 그렇게 김순임은 강두식을 만났다(99), 넘버3(97) 등 다수 출연).
이세연과 호연
영화 <아홉살인생>에 출연했던 이세영과 김석.
그런 그가 연기를 떠나 승마선수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고, 4년 전 18살, ‘최연소’란 타이틀을 달고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했으며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김기오, 강원도승마협회장)의 권유로 취미 삼아 시작했던 승마. 연기를 하면서 승마를 놓지 못했던 그는 2009년 드라마 <선덕여왕>을 끝으로 연기를 접고, 승마에만 올인하며 국내대회는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등 한국 승마의 내로라하는 간판스타로 성장했다.
과거, 아시안 게임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는 김석을 과천에 있는 실내마장에서 만났었다.
실물을 보니 이전 TV에서 보던 그가 맞았다. 단 ‘아역 스타’의 이미지는 없고 승마선수 김석이 서 있었을 뿐이다. 어릴 적 그대로 잘생긴 외모 그대로다. 환한 미소를 띠며 기자와 인사를 나눈 그에게 연기를 그만 둔 이유부터 물었다.
“연기를 하러 가면 말(馬)이 걱정됐다. 말을 혼자 놓고 며칠씩 떨어져 있는 게 신경 쓰였다.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해도 될까 말까 인데, 두 가지 일을 다 잘하기가 어려웠다. 고민 끝에 연기를 놓기로 했다. 승마 선수로의 삶을 택했고, 열심히 해온 덕분에 태극마크도 달 수 있었다.”
김석은 사극드라마에 출연할 당시, 배우를 태우는 말을 볼 때마다 반가움보다 안타까움이 더 컸다고 한다.
“촬영장에 있는 말은 관리를 받지 못하는데다 연기자를 중심으로 촬영이 이어지니까 말들이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 말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더라. 기분도 안 좋았다. 말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
어린나이에 연기자로 데뷔, 촬영장 밥을 먹으며 선배들, 동기들과 함께 스타의 꿈을 키웠던 김석은 말 때문에 연기를 그만두게 된다.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말과 떨어져 있기 힘들었고, 성장하면서 승마 선수로의 꿈을 키웠기 때문이다.
승마선수에게 말은 자신보다 더 중요한 존재다.
승마는 선수보다 말이 더 중요하다. 말의 컨디션에 따라 대회 결과가 달라진다.
그래서 김석은 자신의 애마 리도 데스브러시(리도)가 인생의 전부라고 말한다.
“리도는 4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에도 함께 출전했던 말이다. 독일에서 리도를 처음 만났을 때, 좋은 기운이 느껴졌다. 나를 대표팀으로 인도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광저우아시안게임에 덜컥 선발이 된 것이다. 당시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4년간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자신이 있다."
승마선수와 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말과 어떤 호흡을 나타내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진다. 김석의 운명은 리도한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말 관리는 승마선수에게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한국에선 승마가 ‘귀족 스포츠’로 통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승마용 말의 가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수천만 원대의 말도 있지만, 대표팀 선수들이 사용하는 말은 3억 원이 훌쩍 넘는다.
마장마술의 말은 장애물비월보다 말의 몸값이 더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중동 선수들 중에는 100억 원대의 말을 타는 선수도 있다고 한다.
“말은 환경에 굉장히 예민하다. 그래서 리도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적응하는데 무척 애를 먹었다. 약 3개월가량 리도와 씨름하며 보냈다. 다행히 심하게 아픈 적이 없다. 리도가 11살에 날 만나서 지금 15살이다. 나이가 있는 말이라 운동량을 조절해줘야 하고, 매 끼마다 영양제를 먹여야 한다. 승마선수는 마방에서 마분을 치워주는 관리자들과의 호흡도 중요하다. 말은 나보다 마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관리자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승마선수들은 대부분 대회에 출전하는 말과 훈련용 말을 따로 갖고 있다고 한다. 연습을 위해 자신의 애마를 많이 타게 되면 말이 피로를 느껴 정작 중요한 대회에서 힘든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애마는 일정한 시간을 정해 타게 된다는 것.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이 승마에도 적용된다. 선수들은 자신의 말보다 다른 선수의 말이 더 좋아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의 말을 최고라고 인정해주고 아껴야 한다. 사랑을 많이 받는 말과 그렇지 못한 말은 대회에서 차이가 난다. 승마선수들은 자기 자신보다 말을 더 사랑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김석의 꿈은 올림픽 출전이다.
김석은 평소 관중들이 없는 조용한 분위기에 익숙한 말이 아시안게임처럼 큰 국제대회를 치를 경우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골프장에서도 선수들이 경기를 진행할 때는 갤러리들이 조용히 해야 하는 것처럼 승마대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관중들이 결코 조용히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관중들이 보내는 함성이나 환호가 말의 신경을 건드리는 부분이라 선수도 말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승마는 운이 많이 작용한다.”
김석은 승마를 시작한 후로 여행을 제대로 가본 적이 없었단다. 타종목 선수들은 국제대회나 중요한 대회가 끝나면 휴가를 떠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지만, 자신은 말을 지켜야 했다는 것.
“말을 하루 종일 마방에만 있게 하면 안 된다. 하루의 운동량이 적으면 배앓이를 하기 때문에 매일 체크해서 운동을 시켜야 한다. 물론 관리자가 대신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말의 세세한 부분까지 잡아내기 어렵다. 설령 여행을 갔다고 해도 말에 신경이 쓰여 제대로 놀기가 어렵다.”
김석이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오를 수 있는 배경에는 아버지의 뒷바라지가 절대적이었다. 김석은 자신보다 아버지가 더 말을 사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전적인 지원보다 아버지의 정신적인 응원과 격려가 김석에게 큰 자극을 준 듯하다.
승마에서 대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연예계에선 여전히 김석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김석은 단호했다.
“내 꿈이 올림픽 출전이다. 마장마술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도 따고,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장애물비월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연기는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 가끔 이전에 촬영했던 작품들을 떠올리면 좋은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 머리 속에는 온통 리도와 함께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에 쏠려 있다.”
승마를 하다 보면 부상은 ‘필수 코스’이다. 김석도 크고 작은 부상을 경험했다. 부상 직후에는 말등에 올라타기가 겁이 날 정도지만, 그래도 승마선수가 된 걸 후회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는 대회 한 달 전에 광저우로 향했다. 말의 현지 적응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에서 대회가 열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리도가 얼마나 잘해 낼 지는 모르겠지만, 리도가 좋아하는 당근과 각설탕을 준비해 놓고 있으니 부디 좋은 호흡을 보였으면 좋겠다. 마장마술은 금메달이 많이 나오는데, 장애물비월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비인기종목은 무조건 메달을 따야 관심을 받는다. 좋은 성적으로 우리 리도가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애마 리도와 김석
김석은 한국 승마 선수 최초로 유럽팀에서 뛰고 싶다는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유럽에서 전지훈련을 하다 보면 그곳에서 생활하는 선수들이 부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한국 승마의 수준을 높이려면 축구나 야구처럼 외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나와야 한다는 것.
한편 승마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인간과 동물이 함께 호흡하는 유일한 종목이다. 한국은 마장마술, 장애물비월, 종합마술로 구성된 6개 세부종목에서 메달사냥에 나선다. 개인전은 한 국가에서 종목당 2명의 선수만 출전이 가능하다.
마장마술 4명, 장애물비월 5명, 종합마술 4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단체전의 경우 상위 3명의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마장마술에선 이미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했다. 장애물비월경기는 오는 9월 28일 인천드림파크승마장에서 개인과 단체 예선전이 열린다. 김석이 출전하는 대회이다.이영미칼럼,베스트드레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