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오만과 편견 -feat 혹성탈출

인간의 오만과 편견 -feat 혹성탈출

2020. 4. 3. 22:45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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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자연생태계에서 유일한 지적동물이라고 자만하는 것은 오만이자 편견이다....
재밌는 기사네요

당신이 늑대가 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사냥의 효율과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냥감에 따라 몇 마리의 늑대가 사냥감을 추격해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이때 만약 늑대인 당신에게 수를 세는 능력이 없다면 예닐곱마리만으로도 충분한 엘크나 무스를 사냥할 때 무리 전체가 나선다거나 10마리 이상이 필요한 들소 사냥에 너댓마리만 나섰다가 실패하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야생에서 사냥 실패는 무리 전체의 생존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를 세는 능력은 늑대의 사냥 성공과 생존에 있어 필수적인 능력임을 유추할 수 있다.

멸종위기에 놓여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는 미국 회색늑대들의 모습. 회색늑대들의 몸 빛깔은 이름과 달리 항상 회색은 아니다. 댄 스테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 제공.

늑대뿐 아니라 대부분의 야생동물에게 있어 수를 세는 능력이 생존에 필수적이며 대부분의 야생동물은 수를 세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수학적 능력은 인간 특유의 능력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단순히 수를 세는 기본적인 능력은 동물들에게도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이 능력이 동물들의 생존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튀빙겐대의 신경생물학자인 안드레아스 니이더 교수 등 연구진은 지난달 30일 학술지 ‘생태와 진화 경향(Trends in Ecology & Evolution)’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기존에 과학자들이 동물과 수에 관해 연구한 결과 150여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동물이 수를 셀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를 들어 늑대들은 무리를 지어 사냥할 때 몇 마리가 나서야 사냥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엘크나 무스를 사냥할 때는 6~8마리 정도의 늑대가 나서지만 들소를 사냥할 때는 9~13마리가 사냥에 나서는 것이다. 늑대나 다른 포식자들의 먹잇감이 되는 엘크도 생존을 위해 ‘수’를 이용한다. 엘크는 보통 늑대의 사냥감이 될 확률을 줄이기 위해 적은 수가 무리를 지어 이동한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희생양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큰 무리 속으로 들어가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수를 세고 있는 까마귀의 모습. 독일 튀빙겐대 안드레아스 니이더 제공.

아프리카 사자의 경우 영역 다툼을 벌일지 여부를 ‘수’를 센 뒤 결정한다. 탄자니아의 세렌게티국립공원에서 암사자 무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암사자 한 마리의 포효를 들려줬을 때 암사자들은 바로 싸우려는 태세를 갖췄다. 하지만 3마리 이상 암사자의 소리를 들려줬을 때 암사자들은 싸우는 것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무리에 성체인 암사자가 몇 마리 있는지를 판단해 맞서 싸울지 피할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암사자들에게 있어서도 수를 세는 능력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포유류뿐 아니라 양서류에서도 수를 세는 능력을 갖춘 동물들을 확인할 수 있다. 무당개구리가 대략적인 수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양서류이다. 무당개구리에게 밀웜(갈색거저리의 유충)을 먹이로 주면서 3마리와 4마리를 주고 선택하게 했을 때 개구리는 어느쪽이 많고 적은지를 신경쓰지 않고 골랐다. 그러나 4마리의 밀웜과 8마리의 밀웜을 줬을 때 무당개구리는 예외없이 수가 많은 쪽을 선택했다.

수를 세는 능력을 갖춘 것은 척추동물만이 아니다. 곤충 가운데는 수를 셀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꿀벌이 꼽힌다. 꿀벌을 꿀을 찾으러 가는 동안 벌집에서 목표 사이에 기억할 만한 나무나 바위 등을 몇 개 지나쳤는지를 기억하는 능력이 있다. 사하라사막개미의 경우 개미집에서 몇 걸음 떨어져있는지를 세는 능력이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동물들의 뇌와 신경이 수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니이더 교수는 “내 연구가 행동생태학자들이 야생동물의 수를 세는 능력에 대한 연구를 하도록 돕고, 동시에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것에도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김기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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